**개별적이며 **연결된 **개인들이 **만나 **함께 **돌고 돌고 돌고

홍보라**

공공은 결국 한 명의 사람에서 시작한다.

그러니까 공공은 개인과 대척점에 있는 것이 아니다. 개인과 개인이 만나 공동의 경험과 상상이 서로의 시간을 축적하며 지형을 확장할 때 비로소 획득되는 개념이다. 개인의 개별적 만남이 땅속 뿌리처럼 사방으로 뻗어나가다 서로 연결되면, 어느새 큰 ‘우리’가 된다.

공공예술 프로젝트 <돌고 돌고 돌고>는 크리스티나 킴이라는 작가 개인의 삶과 기억, 단단한 디자인 실천에 기대는 것에서 시작되었다. 약 50년 전 한국에서 미국으로 삶의 터전을 옮기며 몸소 겪은 디아스포라의 경험, 30년 넘게 지속해온 제로 웨이스트 디자인 철학과 실천, 할머니로부터 배운 효율적이고도 우아한 수선의 기술과 작은 일에도 정성을 다하는 태도, 그리고 DMZ를 둘러싼 개인적인 서사와 기억, 이 모든 것이 묶인 채 돌고 돌아 파주에 씨앗을 뿌리게 된 것이다.

**불확실성이라는 **흥미로운 도전

제로 웨이스트, <산가요록>, DMZ 자생식물, 디아스포라, 커뮤니티 자수, 안녕(安寧), 웰빙(wellbeing), 온실, 정성, 재활용과 재사용, 효율적이고 우아한 수선, 실험실, 시간의 순환, 재료의 순환, 커뮤니티 테이블, 공동의 기억, 행함에 의한 학습(learning by doing), 흙, 씨앗, 손과 노동, 텃밭 등등……

일견 서로 연결된 것 같으면서도 상이하기도 한 단어와 개념이 파편인 채로 부유하던 시간이 있었다. 그 좀처럼 보이지 않던 긴 ‘불확실성’의 시간을 지나며 따로 또 같이 의논하고, 상상하고, 개별적 또는 공동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다 보니 그리 매끈한 길은 아니었지만, 시작과 끝이 어느 사이 마주하고 있는 구불구불한 원이 생겼다.

*"*처음에 **잘못된 , 기대에 **미치지 **못하다고 **생각한 **것에서도 **어떤 **아름다움이 나오거든요. 제 **생각이 **아닌 **것과 **기대하지 **않았던 **색을 **같이 **놓고 **보았을 **때 **기대하지 **않았던 **아름다움이 **나올 **때가 **있어서 **항상 **가능성을 열어두지요. 저절로 **자기의 , 더 **나은 **길을 **찾을 **수 있도록." – 크리스티나 킴

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에서 다음을 예로 들어 실재의 본질에 대한 통찰력을 보여준 바 있다. 그에 따르면, 정의, 사랑, 법, 질서, 공동체, 신과 같은 것은 눈에는 보이지 않는 것임에도 사람들은 언어를 통해 이들이 실재한다고 믿는데, 이를 ‘가상의 실재 혹은 상상된 실재(imagined reality)'라고 칭한다. 이렇게 공유된 아이디어는 눈앞의 현실이 아닐지라도 충분한 숫자의 사람이 함께 상상하고 이름을 붙이면 어느새 현실이 되어 사회를 움직이는 동력이 된다는 것이다.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지만 도래한 이 불확실성의 시대가 피할 수 없는 것이라면 그것을 흥미로운 도전으로 받아들이는 유연성이 필요하다. 우리가 불확실성을 두려움과 제거 대상으로만 여긴다면 예술이 가진 흥미로운 실험정신은 더 이상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어디로 흘러갈지 모르는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불확실성이 점한 고유의 자리를 비워둔다면 어느새 그 자리는 여럿이 함께 상상한 흥미로운 아이디어와 새로운 가능성으로 채워질 것이다.

, 땀*,* 노동*,* 그리고 **시간의 **축적이 **만들어내는 앙상블의 순간

<돌고 돌고 돌고>의 시작은 제로 웨이스트를 중심 개념이자 지향점으로 삼아 ‘물질과 재료의 순환을 실험하는 예술 프로젝트’였다. 이후 디자이너, 미술가, 농부, 요리사, 음식문화 활동가, 학생, 기록자, 영상감독, 편집자 등 다양한 창작자가 각자의 입장과 이야기를 품고 배에 하나씩 올라타 서로 배우고 함께 상상하는 시간을 지나오며, 결국 모든 것에는 적절한 타이밍이 있다는 깨달음에 이르렀다.

이 프로젝트의 영문 제목은 <Turn Turn Turn>이다. 우연히도 미국의 록밴드 더버즈(The Byrds)의 대표곡 <*Turn! Turn! Turn!>*의 가사는 “하늘 아래 모든 것에는 시기가 있고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는 구약 중 코헬렛(전도서) 3장의 구절을 반복하고 있다. 비록 우리가 물질과 재료의 순환으로 시작했지만, 그간 함께한 시간, 같이 그려본 상상의 미래가 지금은 씨앗이 되어 땅에 뿌려지고, 땀을 흘리는 노동 후 모여 앉아 나눈 음식과 이야기가 쌓이며 비로소 이 프로젝트의 의미도 계절의 순환과 앙상블의 순간으로 확장되었다.

Turn! Turn! Turn!

To everything (turn, turn, turn)